일본 정부는 21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두 번째 판결에서 각하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주권면제'(국가면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 근거한 것이라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를 묻자, "판결 내용을 입수해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논평은 삼가겠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주권면제를 인정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일본 정부는 판결 내용을 분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지만 사실상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토 장관은 추가 질문에 "판결이 막 나왔고, 한국 정부도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며 "향후 한일관계 영향을 포함해 예단해서 답변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가토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위안부 판결에 대해 "이번에는 올 1월 8일의 판결과 다르게 나왔다"며 "내용을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정부 차원의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올해 1월 위안부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 측이 소송 비용 확보 목적으로 한국 내 일본 정부 재산을 압류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담당 재판부의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한국 내 절차"라는 이유를 들어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다.
그는 다만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한) 올해 1월 판결은 국제법 및 한일 양국 간 합의에 분명히 어긋나는 것이었다"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계속해서 한국이 국가적으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합의 등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나가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외무성은 올 1월 8일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직후 당시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 소송 자체가 부당하다며 소송 과정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는 같은 달 23일 항소 포기로 첫 번째 판결이 확정된 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당시 담화에서 "(이 판결은) 국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주권면제를 부인한 첫 번째 판결이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국제법에 배치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가 맡아 올 1월 판결을 내린 소송에 이어 이번 소송에서도 각하를 주장하며 재판에 불응했다.
한편 교도통신, NHK 등 일본 주요 언론매체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의 각하 결정을 내린 뒤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박세진 김호준 특파원 parksj@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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