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의 투표권 제한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보수성향 대법관 6명의 찬성과 진보성향 대법관 3명의 반대로 이렇게 결정했다.
잘못된 선거구에서 이뤄진 투표는 무효처리하고 제3자가 사전투표를 수거하지 못하도록 한 애리조나주 조치가 판결 대상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유색인종과 원주민에 대한 투표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심에서는 부당한 조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는 이를 뒤집고 투표 사기를 막기 위해 이러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다.
다수의견을 쓴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사기의 방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사기는 접전인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리조나주의 제한 조치가 투표에 있어 인종적 차별을 금지한 1965년의 투표권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수의견을 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비극적 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너무 많은 주에서 소수집단의 평등한 투표권을 박탈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식으로 제한 조치를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장문의 성명을 내고 "투표권법을 약화시키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면서 "투표권에 대한 이러한 폭넓은 공격은 슬프게도 처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법치 및 선거의 진실성에 있어 굉장한 승리"라고 반겼다.
이번 판결은 투표권 제한 조치가 연방대법원에 올라가더라도 각 주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투표권 제한은 애리조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주에서 투표권 제한이 추진되고 있으며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입법이 마무리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사기' 주장 이후 투표권 제한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민주당에서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색인종 유권자의 투표권을 옥죄려는 시도라고 반발해왔다.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가 6명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 재편에 심혈을 기울였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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