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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주성하 기자] 탈북 남성 3인의 미국 여행기 ‘어젯날 철천지원수의 땅에서 자유를 노래하다’

어떤 체제 하에서 살아가는 가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3인의 시각으로 본 미국이란 나라를 이해하는 재미와 유익함

 

한국과 미국에서 언론인과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직장인 등으로 정착에 성공한 탈북 남성 3명이 지난 연말에 미 대륙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독특한 시각으로 북한과 외부 세계를 알기 쉽게 비교했는데, 남북한 모두에 유익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공동 저자인 한국 ‘동아일보’의 주성하 기자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책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어젯날 철천지원수의 땅에서 자유를 노래하다’인데, 어떻게 책을 내게 됐나요?

 

주성하) 특별히 작정하고 책을 쓴 게 아니고 (지난 연말에) 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차로 횡단 여행을 계획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가면서 우리가 나눈 대화가 너무 재밌는 겁니다. 우리는 북에서, 중국에서, 한국에서도 살아 보고 미국에 갔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시각과 견해와 사고의 대화가 나오는 거예요. 야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책으로 써보자 그래서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기자)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 모두 탈북 청년들이라고요?

 

주성하) 저하고 두 명인데, 캐릭터가 다 특색이 있어요. 저는 책 쓰는 시점에 16년 동안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나름 정착한 사람이고, 한 명은 미국에 아주 정착을 잘 했어요. 탈북자 중에 최초로 아이비리그(하버드대 MBA) 대학원 졸업해 미국 회사에 취직해 10년째 살고 있어서 영어도 아주 유창한 오스틴, 나머지 1명은 한국에 온 지 3년밖에 안 돼 아직 북한 물이 빠지지 않은 새내기 탈북자 조의성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됐죠.

 

기자) 미국을 여행하면서 나눈 다양한 시각의 대화가 책의 중심이라고 하셨는데, 예를 들면 어떤 대화들이었나요?

 

주성하) 저희가 미국의 여러 풍경과 발전상, 도시들을 보면 꼭 대화에 북한이 나와요. 가령 이런 거죠. 첫날에 차를 타고 나갔는데 휴스턴의 하늘과 공기가 그렇게 맑고 깨끗해요. 그래서 북에서 온 지 3년밖에 안 되는 의성이 입에서 북한에서 배운 노랫말이 나오더라고요. 자기도 모르게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은 즐겁다.’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그런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실 부러운 것은, 천국은 바로 미국이구나. 우리는 정말 세상에 부러움 없다고 배웠지만, 너무 부러운 게 많은 것이 밖에 있는데, 우리가 이런 것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이런 얘기 등을 나눴죠.

 

기자) 미국을 그전에도 여러 번 방문하셨습니다만, 이렇게 자유롭게 차로 여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미국을 북한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주성하) 먼저 저는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칭송하지는 않습니다. 누가 저한테 살아가고 싶은 나라를 정하라면 저는 대한민국 서울이 제일 좋습니다. 문화적 관점 등 모든 면에서.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미국은 적어도 1년쯤 살고 싶고, 1년에 한 달 정도는 가서 살고 싶은. 미국에 가면 긴장감이 풀리더라고요. 한국은 늘 치열한 경쟁 체제이니까 항상 긴장하고 살게 되는데, 그러니까 생산성 즉 하는 일이 좀 적어질 것 같은 느낌? 

 

기자) 미국이 여유롭다! 왜 그런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주성하) 제가 항상 미국에 갈 때마다 비행기 창문 옆에 앉습니다. 이것을 북한 사람들에게 다 보여주고 싶은데, 뭐냐하면 한반도는 비행기가 1만 2천 피트 상공에 뜨게 되면, 가령 춘천 상공쯤 있다 보면 서해도 보이고 동해도 보입니다. 한반도는 그렇게 작아요. 그리고 거의 다 산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여객기를 타고 5시간을 날아가는 내내 간혹 산이 보이지만 무연한(아득하게 넓은) 평야가 계속 펼쳐집니다. 그 광활한 평야의 경작지에서 많은 식량도 나오죠. 그 광대한 영토가 가진 잠재력을 북한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광활하고 거대한 국력에 도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기자) 북한과 미국을 여행하면서 자주 비교하셨다고 했는데, 장단점도 얘기가 많이 나왔겠습니다.

 

주성하) 네, 가령  우리가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얘기하다가 이런 얘기를 했죠. 아 그러면 북한의 장점은 뭔가? 우리가 중국과 한국, 미국을 다 봤는데. 그래서 30분간 고민했어요. 북한의 장점은 뭘까? 결론적으로 못 찾았어요. 북에서 온 세 남자가 북한의 장점을 끝내 못 찾은 거죠. 정말 없고 지금도 찾아보면 없어요. 의성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아 북한에서 우리가 일사불란하게 일심단결해서 뭐 한다고 하면 뭉쳐서 나가는 게 있지 않냐고. 이런 얘기를 하길래, 그건 전체주의지. 그게 우리의 뜻이 아니었잖아. 그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냐? 뭐 이런 얘기를 나눴죠.

 

기자) 어떤 분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세속적인 때가 묻지 않아 아직 순수한 면이 있다고 합니다.

 

주성하) 북한의 사람들이 순진하고 순박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게 아니란 것을 우리는 잘 알거든요. 거기도 외지인들이 들어가면 정말 배타적이고. 사람이 또 너무 없이 살다 보니까… 오히려 순박한 것은 미국 사람들이 훨씬 더 순진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자연이 아름다운가? 나무를 화목으로 다 때다 보니 산이 다 벌거숭이가 됐지, 석탄을 때니까 공기 오염도 상당히 높지. 바다와 강 다 오염됐지. 도대체 북한의 장점이 뭘까?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을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이런 얘기도 나눴죠. 

 

기자) 그래서 북한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요?

 

주성하) 가령 북한은 지금 회계 교육한다고 싱가포르에 사람들 보내서 교육시키는데, 그것은 회계 시스템만 배우는 거고.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는 물류 시스템. 수많은 트럭들이 화물을 싣고 다니지 않습니까? 또 인사시스템 이런 것들을 우리가 다 어떻게 북한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것인가도 나눴죠. 

 

기자) 책 제목이 ‘어젯날 철천지원수의 땅에서 자유를 노래하다’인데, 북한인들에게 자유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주성하) 자유라는 게 구속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라고 우리가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고요. 쉽게 말하면 자기 책임하에서 자기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보장받는 상황을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없죠. 여러 자유의 카테고리가 있는데, 다 뭔가에 속박되어 산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속박이 적은 사회가 앞서 말한 그런 자유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은 모든 게 속박되어 있지만, 외부에 나오면 그래도 풀리는 자유가 있다는 얘기죠.

 

기자) 함께 여행한 분들 중에 오스틴이란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 탈북 청년도 있는데, 아마도 그런 자유가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주성하) 네, 미국 최초로 아이비리그 학교를 나온 아주 훌륭하고 똑똑한 재원이죠. 우리 탈북민들도 해외에 나오면 이렇게 훌륭하게 될 수 있는데, 그 친구는 북한에 있을 때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어요. 그랬던 사람이 세계 최고의 대학들을 다 깨고 들어가 미국 회사에 취직하지 않았습니까? 참 우리가 머리는 나쁜 민족이 아니고 북한 사람들도 참 똑똑한데, 아 거기에 있었으면 뭐 했을까요? 농사나 짓고 살지 않았을까요? 그게 참 안타깝죠.

 

기자) 여행하면서 미국인들도 많이 만나셨을 텐데,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요?

 

주성하) 오스틴이 미국에 갔을 때 양부모 역할을 하며 도와준 가정이 있어요. 남편은 경찰관이고, 그 전에 주한미군으로 공수특전대에 있던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어젯날에 자기가 총부리를 겨눴던 북한에서 온 친구를 훌륭하게 환대하고 양아들처럼. 방학에 갈 곳이 없잖아요. 그런데 자기 집에서 머물며 공부하게 해 주고. 이 사람들이 정말 따뜻하고 친절하고 그렇더라고요. 저는 북에 있을 때 대공포 부대에 있었는데. 만약 전쟁이 일어났다면 당신들이 비행기 타고 오면 나는 포로 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웃으며 서로 얘기했죠. 이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배웠던 ‘승냥이 미제 침략자 놈’이었단 말이죠. 너무 쾌활하고 친절한 사람들을 승냥이 철천지원수라고 가르치니까 너무 안타깝죠. 그냥 서로 친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기자) 끝으로 이 책의 백미라면 어떤 점들을 들 수 있을까요?

 

주성하) 딱딱하지 않게 미국 여행을 하며 북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풀어간 책입니다. 시각이 독특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도 북한이란 울타리, 동물농장을 벗어나서 외부에 가면 우리가 어떤 시각을 갖고 살아볼 수 있고, 또 어떻게 생각이 변화될 수 있을까? 이렇게 대리체험을 할 수 있는, 남과 북, 미국에 사시는 분들에게 다 같이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탈북 남성 3명의 미국 여행기 ‘어젯날 철천지원수의 땅에서 자유를 노래하다’ 책의 공동 저자인 주성하 한국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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