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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채라는 것이 순식간에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고 만다"...아차하는 순간 부채의 덫에 빠져 꼼작달삭할 수 없게 된다.

1990년대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과 1967년생 안일환 기획재정부 차관의 설전은 우리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를 말해주고도 남는다.

1.

부채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체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 특히 자신감에 가득찬 연배의 사람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일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다 까닭었는 낙관론으로 가득찬 사람들인 "그게 뭐가 문제인가요?"라고

묻기 일수이다. 

 

2. 최근에 기본소득당 소속인 용혜인 국회의원의 질의를 접하다 보면

정말 앞으로 보통 문제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체도 없는 재정건전성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으로 최소 100조원은 써야 합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3월 18일 국회 기재위원회에서 기재부를 향한 질책이다.

 

"100조원을 써라"는 말에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용혜인 의원은 1990년생으로 아주 젊은 의원이다.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100조원이란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런 돈을 자기 아이들에과 그 세대에게 빚을 지운다는 생각은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3.

용혜인 의원의 질책에 대해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1961년생)이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이렇게 반박하였다.

 

“100조 적자를 너무 쉽게 얘기한다. 누가 갚느냐”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올해 60세의 안일환 기재부 차관을 기도 차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속으로 "이건 뭔가..."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4.

안일환 기재부 차관은 흥분을 삭이고 차근차근 추가적인 설명을 더하였다.

 

“100조원 적자를 쉽게 낼 수 있는 것처럼 말하면, 후세대에 굉장한 부담을 준다. 최근 위기가 길어지면서 재정 적자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이것이 가져올 리스크도 생각해야 한다”

 

안일환 차관은 기재위 산회 후 국회를 나서면서 발끈한 자신을 마치 나무라기도 하듯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너무 쉽게 열을 받는 것 같다. 100조가 뭐야, 100조가 뭐냐고...”

 

5.

이날 용혜인 의원의 주장은 이랬다.

 

“1인당 40만원씩 분기별로 지급해도 80조원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에 20조원을 쓰면 된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데, 홍남기 부총리는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라’고 반대한다.

추가경정예산 15조원은 소극적이다.”

 

6.

용혜인 의원이 내세운 “100조원은 써자”는 주장은 일부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생각하게 한다.

 

장용성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월 5일 한국경제학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에 총 재원이 141조원이 소요된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3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장용성 교수의 연구는 기본소득제 도입이 기대와 딴판으로 소득분배를 악화시키고, 노동수요를 감소시키면서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의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였다.

 

솔직히 필자는 "우리 형편에 기본소득제를 세계에서 선두그룹으로 도입하자는 것은

거의 정신 나간 주장이자 생각이라고 본다."

 

7.

그러나 이런 분수에 맞지 않고, 부작용이 엄청나게 큰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정신이 나가고 나면 무슨 엉뚱한 짓이라고 못 하겠는가?

 

포퓰리즘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사회나 시대는 벼랑 끝에 설 때까지는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8.

아침 온라인 신문에는 용혜인 의원의 ”100조원은 써야 한다“는 주장

바로 기사 ”주식 날린 50대 엄마, 사업실패한 30대 아들...해수욕장서 서글픈 마침표“라는 기사가 위와 아래에 이웃해서 위치해 있었다.

 

생활고 떄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모자에 관한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기사다.

 

9.

부채(빚)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 가를 용혜인 의원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재정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가를 국회의원 정도 되면

한번 정도 새겨봐야 할 것이다.

 

그리스가 재정위기가 내몰려서 연금 등 국가 재정지출 삭감을 강요당하였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가를 소개한다.

 

2012년 4월 6일, 외신과 내신은 ”연금 삭감에 항의해서 도심 광장서 머리에 00 쏴 죽음을 선택한 70대“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스는 현재 실업률이 21%까지 치솟았고, 젊은이들은 2명 중 1명꼴로 실업자다.

긴축정책이 시행된 지난 3년간 자살 또는 자살 시도자도 1700명을 넘어섰다.

이런 혼란스러움 가운데 생활고를 비관한 그리스의 70대 연금생활자가

2012년 4월 4일 사람들로 붐비는 아테네 도심에서 정치인들의 무능을 질타하며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최악의 재정위기와 긴축정책에 시달리는 그리스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연민과 분노가 뒤섞인 시민들이 격렬한 시위에 나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약사를 은퇴한 뒤 연금으로 생활해온 디미트리스 흐리스툴라스(77)가 이날 오전 아테네 도심 신타그마 광장 지하철역 입구에서 머리에 권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유서에서 현 정부를 나치 점령 당시의 부역자들에

빗대어 “점령 정부는 내가 35년간 착실하게 부은

연금으로 살아갈 능력을 문자 그대로 완전히 파괴해버렸다”며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전에 존엄한 종말을 맞이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썼다.

 

그리스 정치권은 국가부도를 피하려 국제통화기금과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조건으로 세금 인상, 임금과 연금 삭감 등 혹독한 긴축정책 요구를 수용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그에 따른 극심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그리스 중산층의 비참한 현실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요컨대 재정지출을 감내할 정도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빚을 내서 사용하고 나면

재정위기는 불가피하다. 그 상태가 오면 재정에 의존해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겐

날벼락이 떨어지게 된다. 모든 지출을 줄이도록 채권단이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금이 수십 퍼센트 삭감하게 되면 정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된다.

 

이런 끔찍한 사태를 생각하고 지금 미래 소득을 가져다가 지출할 때는

더 신중해져야 한다. 

 

10.

잘못된 정책과 포퓰리즘 광풍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앞으로 이 땅에 얼마나 많은

폐해를 끼치게 될지 도무지 갸늠할 수 없을 정도다.

 

자기 힘으로 삶을 세워온 사람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채의 무서움을 체험한 사람들은 평생동안 그것을 기억하고 알뜸함과 겸소함과 조신함을

주춧돌로 삼아 세상을 살아간다.

 

용혜인 의원도 곧 출산을 하고 어머니가 된다고 하니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정치 차려야 한다.

지금 이 나라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리스 재정위기 이야기만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우둔한 자는 항상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발을 동동 굴린다. 

우리 당대에 그리고 다음 세대에 결코 그런 잘못을

범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