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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심기를 불편하게 한 죄...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제주도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진짜 이유"

민주 사회에서는 다양한 비판의 자유가 허용돼야. 현재 한국은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줄달음치고 있어. 반대와 이견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게 민주주의 국가인가. 독재국가와 무슨 차이가 있나.

11월 29일 당원자격정지 8개월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으로부터 받은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해명 글입니다.

 

***

 

저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았고 모욕적 언사를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소명합니다.

 

오늘(11월 29일, 월요일) 오후 2시, 민주당 제주도당 윤리심판원이 저의 징계를 결정합니다. 저는 절차에 따라 '소명의 글'을 이메일로 제주도당에 보냈습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민주당의 징계 회부 자체가 병든 민주당의 부당한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입장을 담아 제주도당 윤리심판원에 보낸 '소명의 글'을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공개해 드립니다.

 

<소명의 글>

1.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이상이 교수입니다. 저는 복지국가 운동가이자 전문가로 지난 30년 동안 복지 운동을 했고,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 담론을 정치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런 노력이 이룬 정치사회적 성과의 하나로 2010년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보편적 복지가 민주당의 당헌에 삽입되었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11년 동안 강령과 당헌에 따라 보편적 복지국가 노선을 지켜왔습니다. 이 일에 대해 저는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국가 정당의 궤도를 이탈하고 있습니다. 당원이자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이런 궤도 이탈에 대해 제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상황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비판적 토론과 공론의 장을 여는 것 대신에 저를 공식 징계 절차에 회부했습니다. 옳지 않습니다.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낡고 비루한 정치 행태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민주주의 요람이던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최고 덕목인 공적 비판과 공개적 논의에 재갈을 물리는 독재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저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어떤 허위사실도 유포한 적이 없습니다. 모욕적 언사를 하지도 않았고, 이 후보의 명예를 실추시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를 징계하라는 요구는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부당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제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식의 반민주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정당 운영으로 인해 제가 받은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징계 건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 수많은 욕설과 협박성 비난을 받았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부당한 징계 절차 개시로 인해 당원들 중의 일부가 저를 오해함으로써 제 명예가 오히려 손상을 입었습니다.

 

저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았고 모욕적 언사를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소명합니다.

 

4. 저는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코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표명했고, 앞으로도 이런 제 신념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5. 제가 이재명 후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기본소득 포퓰리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국가’라는 낡은 신념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망국적 국가 비전을 내놨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 포퓰리즘’을 확산시킨 장본인입니다. 재산·소득 수준이나 이유·조건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보편 지급이 바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입니다.

 

기본소득의 무차별적 ‘보편 지급’은 필요 기반의 ‘보편적 복지’와 완전히 다른 개념임에도 이 후보는 마치 기본소득의 ‘보편 지급’이 ‘보편적 복지’인 것처럼 호도하며 진실을 왜곡했습니다.

 

6. 기본소득의 작동 원리는 무차별적 획일주의이며, 필요의 크기에 기반을 둔 보편적 복지 원리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은 한정된 정부 재정을 놓고 경합하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의 확충을 가로막게 됩니다.

 

결국,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보편적 복지국가의 확충과 발전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복지국가들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경기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줄곧 기본소득 포퓰리즘을 확산시켰고 엄청난 홍보비를 지출했습니다.

 

7.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재난기본소득이란 이름으로 상위소득 계층을 포함해 경기도민 모두에게 10만 원씩과 25만 원씩의 현금을 지급했습니다. 이 돈은 경기도민이 낸 세금이거나 갚아야 할 채무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보편적 복지 원리에 따른 재정 지출 원칙을 어기면서 재난을 틈타 정치적 기본소득 논리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이자 우리 시대의 망국적 ‘적폐’입니다.

 

8. 게다가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민주당의 강령과 당헌을 위배한 것이고, 민주정부의 국정 방향에도 어긋납니다. 세계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떠나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미 국가 발전의 방향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가로막을 것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복지국가 모델보다도 논리적 성과가 열등한 기본소득 포퓰리즘에 포획되고 말았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이 후보를 지지하는 586운동권 정치 카르텔은 기본소득 공약을 폐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 원리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옹호하며 해당 행위를 반복함으로서 ‘적폐’를 누적하고 있습니다.

 

9. 5년 전의 민주당 대선후보 당내 경선 당시에도 저는 여러 편의 칼럼(국제신문, 프레시안 등)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했습니다.

 

그것이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가로 막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보편적 복지국가 운동가이자 전문가로서 그런 노력을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오고 있을 뿐입니다.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었다고 해서 제가 그동안 하던 일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잘못된 것입니다.

 

지난 시기 동안 저는 이재명 후보 측과 민주당 지도부에게 ‘기본소득과 복지국가’를 놓고 방송토론을 하자고 수없이 제안했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이미 민주주의 정신으로부터 멀어지고 만 것입니다.

 

10. 제가 이재명 후보를 반대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재명 후보가 사적 영역 검증에서 큰 하자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음주운전 등의 전과 4범, 형수욕설, 조카 심신미약 변호 논란 등으로 이 후보는 이미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잃었고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적 영역에서 쌓아온 개인의 적폐가 너무 크고, 여기서 추론되는 이 후보의 인성이 이후 국정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다수의 국민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1. 또 다른 하나는 이재명 후보가 공적 영역 검증에서 범죄 수준의 결함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보수·중도 유권자뿐만 아니라 진보 유권자의 상당수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게이트와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은 범죄 수준의 결함에 해당하는 사안입니다.

 

정상적으로 올바른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이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될 자격이 아예 없는 사람일 개연성이 큽니다. 이는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큰 데서 이미 입증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기지사 재직 기간 동안 이재명 후보는 부적절한 인사와 불합리한 홍보비 지출 등으로 숱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12. 지금 민주당은 병증이 심각한 환자와 비슷한 처지입니다. 자당의 대선 후보가 공적 영역에서 범죄 수준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받고 있는 데 대해서도 눈을 감아버리는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병든 민주당은 시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와 낡은 586운동권 카르텔이라는 적폐의 환부를 민주당의 몸체에서 분리하고 도려내야 합니다.

 

이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민주당이 생명을 건질 확률은 높아집니다. 늦어지면 민주당은 죽습니다. 국민이, 중도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진보 유권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민주당 내부의 적폐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3.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선 안 될 사람입니다.

 

전과 4범과 형수욕설 등으로 사적 영역 검증을 결코 통과할 수 없을 정치인이 무난하게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이미 민주당 내부의 ‘적폐’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민이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민심을 역행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보호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대장동 게이트는 이재명 후보의 ‘범죄’이든 아니면 범죄 수준의 ‘무능’이든 둘 중의 하나에 해당합니다. 삼척동자도 알만한 이런 사실에 조직적으로 눈을 감아버리는 것도 민주당 내부의 ‘적폐’라 하겠습니다.

 

14. 저는 공개적으로 이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 중의 어떤 내용이 허위사실의 유포인지, 모욕적인 언사인지,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저의 이런 주장으로 인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정당에서 정당한 비판과 문제제기를 억압하고 비판자에게 재갈을 물린다면, 이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일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독재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로써 제 소명의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1년 11월 29일

이상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