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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보수' 美대법원, 이번엔 원주민보호구역 자치권 축소 판결

"원주민 대상 범죄 저지른 비원주민, 주정부가 기소 가능"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한 미국 대법원이 이번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자치권을 상당 부분 위축시키는 판결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아메리카 인디언 자치구인 '체로키네이션'에서 원주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비(非)원주민 피의자를 주정부가 기소할 수 있게 해달라는 오클라호마주의 청구를 5대4로 인용했다.

 

오클라호마주 동쪽에 위치한 체로키네이션은 입법, 행정, 사법권을 가진 체로키 부족의 민주 자치 정부다.

 

연방법에 따라 사법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끼리 발생한 범죄는 오클라호마 주정부가 처벌할 수 없다. 자치정부 또는 연방정부 수사기관 등을 통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비원주민이 피해자 또는 피의자로 범죄에 연루된 경우다.

 

이번 판결에서 오클라호마주가 기소를 추진하는 피의자는 비원주민이지만, 원주민 보호구역 내에서 원주민인 어린 의붓딸을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5살 의붓딸은 뇌성마비와 시각장애를 가졌다고 한다.

 

대법원은 2년 전인 2020년 7월에만 해도 원주민 자치구역 내에서 비원주민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주정부가 형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판결한 바 있다. 원주민 자치구역은 주정부의 형사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년 만에 대법관 구성이 보수 우위로 바뀌면서 비슷한 사건을 두고 이번에는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

 

보수성향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날 판결문에서 "주 경계 안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은 주에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주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면서 "헌법과 판례에 따라 주정부가 관할 지역에서 형사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원주민 사회는 자치권을 크게 침해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척 호스킨 최고족장은 성명에서 "법원이 판례와 의회의 권위,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며 "법원이 국가의 약속을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에는 보수 성향 닐 고서치 대법관이 원주민 자치권 옹호 소수의견을 낸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수의견서에서 "미 전역 원주민 사회에 무서운 결과"라며 "정치권과 법원이 미래에 국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임무를 다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테이시 리즈 애리조나주립대 로스쿨 교수는 판결에 대해 "원주민 관련 연방법 전체 분야에서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연방정부나 원주민 사회의 동의도 없이 주정부의 영향력을 자치구 안에 끌어들이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수 성향 대법관이 우위를 차지한 미국 대법원은 임신 후 약 24주까지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하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렀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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