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주호영 비대위'가 좌초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당 수습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내 내홍이 지속되면서 좀처럼 정상궤도를 향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말인 지난 27일 비상 의원총회를 통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일단 수습의 키를 맡기고 새 비대위를 띄우기로 결론을 내린 후에도 반대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당장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맏형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 압박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일단 새 비대위를 출범시켜 당 수습부터 매진한 뒤 권 원내대표에게 거취를 물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런 권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 이면엔 향후 지도체제를 둘러싼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힘겨루기가 깔려있단 해석도 나온다.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새 비대위 후 조기 전당대회'에 무게를 싣고 있고, 이준석 전 대표 측을 비롯한 비주류는 '최고위 복원과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비주류 측에선 이 전 대표의 6개월 징계 후 복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치자마자 의원총회를 열었다. 새 비대위 전환에 앞서 고쳐야 할 당헌·당규 내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의총은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진행됐으며, 오후 2시부터 속개할 예정이다.
115명의 소속 의원 중 80여명이 참석한 이날 의총은 법원 결정 후 혼란을 의식한 듯 긴장 속에 시작됐다.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함께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 당헌 개정 시 열어야 할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 등이 자리했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 말고 어떤 대안이 있나. 최고위 체제 복귀는 불가능하다"며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해야 한다. (지난 주말) 의총 결정을 우리 스스로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거취 논란에 즉답을 내리기보다는, 일단 새 비대위를 띄우기 위한 수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되는 의총에서 의원들 간 당헌당규 개정 등에 관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에서도 권 원내대표의 거취와 새 비대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연일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 중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새 원내대표를 일주일 안에 뽑을 수 있다고 주장한 뒤 "(이준석 전 대표) 한 개인을 쫓아내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라면 과연 이 정당을 민주정당이라고 부를 수가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비대위 출범을 준비 중인 것과 관련,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원이 비대위원장은 무효라고 했는데, 그 무효인 비대위원장 대행을 만들었다"며 "완전히 청개구리식 해법이고 법원과 싸우는 '오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비대위 수석대변인을 맡은 박정하 의원은 최고위 체제로 회귀할 시 최고위원 선출 방법 등에서부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새 원내대표를 뽑으려면 현재로선 공고기간 등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주말을 빼면 또 일주일의 공백이 생긴다"고 말했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가처분의 효력이 발생해 있는 이상, 달리 선택할 만한 최선책은 없었기 때문에 (지난 주말) 의총에서의 결론은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며 권 원내대표 측에 힘을 실었다.
특히 김 의원은 "당의 리더로 나서려고 하는 의원이 의총에서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다, 적당히 눈치 보면서 뒤늦게 의총 결과를 뒤집는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지도자의 처신이라 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이 전날 새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면서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한주홍 기자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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