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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입법로비] "입법로비 철저히 수사하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게임학회 회장을 형사고소. 모두 입닥치고 살라는 이야기인가?

위메이드가 위정현(게임학회 회장)을 고소하는 것, 옳지 않은 일, 김남국 코인 취득을 보면서 누구든지 의심할 수 있는 일, 대기업이 학자의 입을 털어막기 위해 이런 일을 어떻게 할 생각을 하는지, 차라리 하늘을 가리는 것이 나은 일.

[한국게임학회 입장문]

1.

“한국의 게임은 금속활자, 거북선과 더불어 5천년 역사에 길이남을 한국이 낳은 3대 발명품입니다”

이 말은 2018년 KBS 명견만리에서 강연할 때 학회장이 했던 말입니다. 2019년 게임이 ‘청소년 중독의 원흉’으로 의료업계로부터 부당하게 공격받을 때도 저희 학회는 온몸을 던져 막았습니다. 만일 학회가 100여개 단체를 모아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면(아래 <첨부 자료1> 사진과 당시 영상 참조) 게임은 청소년 정신질환의 한 원인으로 코드가 지정되어 지금쯤 대한민국 학부모의 지탄과 기피산업이 되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게임이 단순한 산업을 넘어 문화적으로 한류의 원조로서, 그리고 인류의 문명사에 기여한 가치를 알기에 저희 학회는 2001년 출범한 이래 공학, 경영, 예술 등 게임의 전 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했고 오늘날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에 큰 공헌을 해 왔습니다.

 

이번에 저희 학회가 ‘국회 입법로비’와 ‘위믹스 운명공동체’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바로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지금 쇠락해 가고 있는 한국의 게임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노력은 지난 20여년간 저희 학회가 일관되게 지속한 노력 중 하나입니다. 성명서로 문제제기 후 가능하면 ‘국회의 시간’ ‘검찰의 시간’에 맡기고 저희는 지켜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학회의 성명서 발표 후 위메이드가 통상적인 학술대회 행사 후원을 마치 뇌물처럼 해석될 수 있는 왜곡된 입장문을 낼 때도 저희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국내 모든 분야의 주요 학회는 보통 분기 또는 반기별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관련 산업 및 분야에 속한 기업에 후원금을 요청합니다. 이러한 후원금 요청은 게임 산업뿐 아니라 국내 모든 산업 및 분야에서 이루어집니다. 만일 한국게임학회가 기업으로부터 학술대회 후원금을 요청하는 행위를 문제시한다면, 국내 모든 학회의 후원금 요청 행위가 부정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저희 학회는 단순한 후원금을 넘어 2021년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에게 학술대회 강연기회를 부여하여 P2E 논리를 주장할 기회를 준 바도 있습니다. 아래 <참고자료2> 강연 사진과 학술대회 프로그램 참조)

 

그런데 어제 저희는 귀를 의심할 만한 뉴스를 들었습니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행태, 아니 군사정권 시절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막강한 자본의 대기업이 학술단체인 학회를 고소하는 충격적인 사태를 접했습니다.

2.

“지금 한국의 게임이 처한 모습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돈버는 게임이라는 P2E는 확률형아이템과 더불어 게임산업의 양대 적폐로 게임산업을 사행화의 길로 내몰고 있습니다. 특히 P2E는 코인과 결합되어 더욱 더 게임을 ‘5천년 역사의 3대 발명품’이 아니라 ‘청소년판 바다이야기’라는 나락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한 길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P2E가 합법화되어 중학교 수업시간에 학생이 몰래 돈버는 게임을 하고 있다면, 지금 사회적 문제인 학교 폭력에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돈버는 게임을 시키는, 속칭 앵벌이를 시킨다면 게임은 적폐로 낙인 찍혀 사회적으로 매장될 것입니다.

 

P2E와 확률형아이템, 이 두 가지는 확실히 게임사에 많은 돈을 벌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게임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 한국의 게임은 우리가 게임산업을 가르쳐준 중국에조차 밀리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테라, 루나 사태를 직접 목격했고, 그 코인을 만든 장본인은 인터폴의 적색수배자가 되어 쫓기는 범죄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게임사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도 투자자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게임사가 중독의 원인 제공자라는 비판은 많이 들었지만 게임사가 사기죄는 고소당한 전례는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P2E라는 ‘괴물’이 만들어 낸 오늘날 게임산업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2000년대 후반 온나라를 도박으로 초토화시킨 과거 바다이야기는 탄생 후 순식간에 30조 산업으로 팽창하여 당시 국가 예산의 30%에까지 육박했지만, 국민적 지탄을 받았고 결국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게임산업의 30%를 차지했던 장르가 소멸하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당시 국회와 함께 바다이야기 사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저희 학회는 두 번 다시 바다이야기와 같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것이 이번 성명서를 내게 된 위기감이었습니다.

 

위메이드는 P2E 합법화 로비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장이었던 저희 학회장과 윤석열 후보의 게임특별위원장이었던 하태경 의원이 경험한, 집요한 P2E 합법화 시도는 누가 한 것일까요?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P2E업체 관련 뉴스를 보면서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 P2E 업체의 로비가 있었다고 증언한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토론회와 간담회에 위메이드가 오는 것조차 막았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극구 위메이드를 기피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리고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아예 위메이드라는 기업을 특정해 비판한 하태경 의원도 고소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게임은 이제 긍지와 자랑의 대상이 아닌 지탄의 대상이 되어가는 현실, 저희 학회가 하루라도 빨리 P2E를 진정한 게임산업과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3.

오늘 위메이드의 형사고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저희 학회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위메이드야 학회가 자신들의 돈벌이에 악영향을 미쳐 그런 행동을 했다고 치더라도 게임산업협회의 이런 행동은 또한 안타까움과 자괴감을 느끼게 합니다.

 

협회는 이렇게 말합니다. “8만여 명에 달하는 전체 게임업계 종사자를 폄훼하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고. 저희는 이 말에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P2E 업계 종사자를 폄훼했다’고 말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저희 학회는 게임산업의 명예와 영광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기에 이런 지적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게임산업협회가 학회를 비난하는 그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게임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뽑기라는 확률형아이템이 사회적 비판을 받을 때 엉뚱하게 “확률형아이템 정보는 영업기밀”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방어 논리를 내 놓았다가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004년 저희 학회장이 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함께 설립한 게임산업협회가 20년이 지난 지금, 게임의 사회에 대한 헌신과 공헌보다는 P2E업체 같은 일부 게임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만일 협회가 게임산업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2019년 게임질병코드 도입 때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행동을 했어야 합니다. 2019년 5월 29일, 저희 학회가 국회에서 게임산업 장례식과 100여개 단체를 조직해 공대위를 출범시켰을 때 최소한 협회장이 참석이라도 했어야 합니다. 30여개의 학회라는, 학술단체들이 게임산업을 지지하는 것은 게임산업 등장 후 처음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 학회의 호소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학회가 중심이 되어 그 막강한 의료계와 정치권을 대상으로 힘겨운 싸움을 할 때 게임산업협회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떨어진 불똥임에도 마치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것, 그것이 게임산업협회의 모습이 아니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사드 사태 해결 노력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사드 사태를 계기로 막힌 한국게임의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열기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로 오직 저희 학회만이 분주하게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심지어 중국 대사관 방문과 판호 개방 요청과 더불어 문체부와 외교부를 압박해 결국 판호 획득에 성공했습니다(참고자료3).

 

우리는 설립 20년이 지나 설립 취지도 퇴색하고, P2E와 확률형아이템 확산을 방치하고, 나아가 위메이드가 형사고소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학회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저희는 게임산업협회에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게임 종사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리고 P2E 같은 사행성에서 게임산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어디인가”라고.

2023년 5월 18일

한국게임학회

 

<참고 자료1> 2019년 게임질병코드 도입 저지 공대위 국회 출범

[게임 질병코드 반대 위한 공대위 발족2] 공대위 대표 모두발언 "이날 게임 문화는 죽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JCe8Pg52xw

<참고자료2> 2021년 한국게임학회 추계학술대회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P2E 기조강연

<참고자료3> 2020년 2월 학회의 중국대사관 방문

http://kr.china-embassy.gov.cn/.../t20200218_1334362.htm

이상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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