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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데..." 저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모든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 어떤 상횡에서든지 간에 사람은 삶을 계속해서 전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불변의 올바름, 통사적으로 보면 현대인들의 당면 과제 가운데 아주 심각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어.

"삶의 문제는 대단히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다."

살아가는 일이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이해한다면, 개개인이 삶의 여러 국면에서 갖게 되는 문제는 지극히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다. 따라서 외부로부터타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웃들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1.

최근에 이웃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는 일이 편리해졌지만, 이런 저런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전체 통계가 아니라 주변에서 겪는 경험치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런데 공식적인 통계에서를 살펴봐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11월에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NMHC)이 발간한 <정신건강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의 극단적 선택 비율도 높은 편이지만, 여기에 더해 정신질환자가 치료 받고 퇴원한 이후에도 피해야 할 선택을 행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일반인구의 4배 이상, 10만명당 650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2.

가슴 아픈 이야기는 엄마가 두 아이를 데리고 내린 어처구니 없는 선택이다. 주변 사람들은 변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엄마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제정신으론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건이 워낙 그래서 보도조차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류의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사건을 보고 몇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3.

첫째, 부모가 자식을 낳았지만, 낳는 순간부터 자식은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이다. 이따금 이 평범한 진실을 외면하는 부모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과 자식을 엄격히 독립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예사롭게 무시하는 젊은 부모에게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어린 자식을 포함해서 타인의 생명에 관해서 어떤 선택을 할 수도 없다.

 

둘째,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간에 계속해서 살아내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 권한은 아니다.  그냥 살아내는 것, 견뎌내는 것, 이겨내는 것은 선택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한 인간의 인생관과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박사는 '살아내는 것'에 대해 체스 선수에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체스 선수가 게임을 하다 문제에 부딪혔고 해결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자, 이젠 어떻게 할까요? 그는 체스판에 있던 말을

던져 버립니다. 이것이 문제의 해결일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자살한 사람도 이와 똑같습니다. 그는 생명을 저버리면서 해결할

수 없다고 여긴 인생의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인생의 게임의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자살한 사람은

모릅니다. 체스 선수도 이와마찬가지로 게임 규칙을 무시했습니다.

게임 중에 발생하는 문제는 규칙 안에서 말을 움직이고,

말의 위치를 바꿔가며 왕을 지키고, 그렇게 체스를 두면서 해결해야지

말을 내동댕이치는 것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면, 스스로 목숨을 끓은 사람도 인생의 게임 규칙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 게임 규칙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기라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것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24쪽, 인생의 의미와 가치에 관하여 1)

 

Seealpsee, Schwende District, Switzerland / Daniel Seßler

 

4.

살다보면 어려움도 있게 마련이고,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가치나 의미 그리고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난제들도 길게 보면, 정말 하찮은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따금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 보면, 한 때 그렇게 심각하고 큰 문제였던 것이 지금은 아무 문제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많지 않은가!

 

사람이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고통과 난제를 상대화 해 볼 수 있다면, 고통의 무게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쟁과 가난이 난무했던 인간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도전은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최소한 목숨을 위협받지는 않기 떄문이다.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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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들 2: 2022 대선,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3: 2022 대선, 무슨 짓 했나?>

<도둑놈들 4: 2020 4.15총선, 어떻게 훔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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