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수)

  • 흐림동두천 8.8℃
  • 흐림강릉 12.9℃
  • 서울 6.9℃
  • 박무대전 12.1℃
  • 흐림대구 9.8℃
  • 흐림울산 14.6℃
  • 박무광주 13.5℃
  • 흐림부산 13.1℃
  • 흐림고창 13.0℃
  • 흐림제주 18.0℃
  • 구름많음강화 9.6℃
  • 흐림보은 9.9℃
  • 구름많음금산 13.2℃
  • 구름많음강진군 13.8℃
  • 흐림경주시 14.3℃
  • 흐림거제 13.7℃
기상청 제공

칼럼

"나이가 많이 드신 한 지식인의 하늘을 찌르는 분노"... 그럼에도 역사의 물꼬를 돌리기엔 역부족처럼 보여. 그가 알던 나라가 더 이상 아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본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거부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기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겐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겐 돈 안되는 일일 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아주 대단한 사건이라도 어떤 사람에겐 엄청난 일로 다가오지만 또 어떤 사람에겐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별로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은 일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던 그 사건이 얼마나 나라의 진로를 바꿀 지 많은 사람들은 무시하지 않았던가!

 

1.

서울대를 나와서 1960년대 도미해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 대학에서 재직했던 한 분이 있다.  그분은 노년의 끝 부분을 조국에서 마무리하려고 미국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50년만에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미국을 떠난 것이다. 80대에 접어든 그 분의 눈에는 도무지 그토록 그리던 조국이 더 이상 조국이 아니다.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그 분의 눈에 부정선거는 피할 수 없는 주제였다.  그냥 외면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분에게는 너무 엄청난 일이다. 그 분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논평의 글을 보내고 있다. 3월 1일에 보낸 글에는 자신이 어떻게 미국 유학 길에 오르게 되었는지, 얼마나 험한 고생을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룬 글과 함께 "조국은 옛 조국이 아니다"라고 격정을 토로한다. 엇그제 7월 28일에 보낸 297번째 글에는 "대한의 젊은이들아, 태어난 너의 국가, 조국을 지켜라"는 내용의 글을 보내왔다. 

 

2.

"대한의 젊은이들이여, 이리 해야 너와 너의 나라, 너의 조국이 산다. 국민들이여, 오늘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망국징조다. 어찌 통탄치 않는가?" 이런 울분의 글을 보내왔다. 80대에 접어든 이 분의 위기감, 울분 그리고 비분강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요동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선 자기 앞가름 하기가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기 앞가름 외에 이것 저것 생각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젊은이들이 받은 교육 자체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것 저것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나라가 어떻게 되든 자신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냥 내 밥벌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나하고 상관이 없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3.

세월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한다. 그 분이 생각했던 나라도 크게 변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신이 나서 자란 나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국가가 민족이 사람들이 변하는 것은 신기한 것이 아니다. 그냥 세상만사가 다 그렇게 변해 가는 것이다. 옳고 그른 문제를 제쳐두면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 분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부정선거도 그냥 덮히고 말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도층은 물론이고 식자층 그리고 일반 국민들 가운데 다수가 크게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 분의 눈에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궁극적으로 나라가 망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분과 다른 사람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간격이 있는 셈이다. 

 

<사진> 4.15총선 파주을 재검표에 서 쏟아져 나온 인쇄된 것으로 보이는 사전투표지 묶음

- 사진 설명: 2021년 11월 4.15총선 파주들 재검표 장에서 무더기로 나온 한국은행 발행 신권다발 같은 사전투표지다. 누가 보더라도 인쇄소에서 인쇄된 물건임을 알 수 있다. 사전투표용지는 반드시 사전투표장 현장에서 엡슨프린터로 출력되어 투표자에게 교부되어야 한다. 법원의 증거보전 명령이 떨어지자 지역선관위를 중심으로 '선관위 발표 후보별 득표수'에 맞추어서 투표함 속에 들어있던 투표자들이 던진 진짜 투표지를 모두 분쇄 혹은 소각시키고 새로 인쇄한 투표지를 투표함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김소연 변호사 페북

 

4.

국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합으로 구성된다. 그 분이 어마어마한 사악함에 대해 그토록 질책하더라도 다수의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다수의 머리에는 이런 생각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이 넘이 되나 저 넘이 되나. 별 것이 있겠나. 어느 넘이 되든 그냥 권력을 잡고 휘두르는 것은 크게 차이가 없지 않는가! 정의라는 것이 무슨 감투인가! 정의란 그냥 권력 잡은 자들의 이익이 정의지! 나라가 골로 가든 그런 것은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 부정선거를 하든 말든 그것은 내가 관심 갖고 싶지 않는 일이다. 좀 해 먹으면 또 어떤가!"

 

대다수는 선거부정의 일상화가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기반을 침하시키고 자신의 이익을 옥죄어 올 것이라는 점은 크게 신경을 써고 싶어하지 않는다.

 

5.

반세기를 미국에서 보내고 돌아온 조국에 낙담하는 노년의 지식인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냥 미국에 머무셨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국가의 항로라는 것은 개인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냥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더욱이 한 개인이 내리는 의사 결정 가운데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어디에 머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모든 것은 변하고, 변질되고 만다.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50년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조국으로 귀국한 노 지식인의 판단이 지극히 옳지만 세상은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 사건이 그 분에게 남은 귀한 노년의 평안함과 안녕을 깨뜨리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 분이 한국 사회의 본질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면 귀국하지 않았던 것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도무지 그 분의 상식, 양식, 정의감 그리고 애국심을 받아줄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런 분위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더욱 더 악화될 것이다.  2020년 4.15총선 이후, 얻은 부수적인 소득이 있다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더 할 수 없이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공병호의 공직선거 해부 시리즈

<도둑놈들 1: 선거,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2: 2022 대선,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3: 2022 대선, 무슨 짓 했나?>

<도둑놈들 4: 2020 4.15총선,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5: 2022 지방선거, 어떻게 훔쳤나?> 

(직접 구매: 010-9004-0453(공병호연구소) 문자 연락 구매)

 

공병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