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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체주의 길로 들어서다

이미 한국은 그 길로 들어섰다
전체주의는 자유주의의 대척점에 있다
전체주의는 자유와 함께 할 수 없다

“인간은 흔히 작은 새처럼 행동한다. 눈앞의 먹이에만 정신이 팔려 머리 위에서 매나 독수리가 내리덮치려 하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참새처럼 말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문장이다.

 

생업의 분주함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것 저것 신경을 썰 겨를이 없다. 마치 참새와 그렇듯이 말이다. 어느 날 그 참새가 어찌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덫에 갇히게 되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제 집권여당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그 어떤 기구나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상황을 집권여당은 만들어 냈다. 이런 상황을 빚대어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는 “최고권력자도 안 되는 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다. 한국 상황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칼럼 제목이다. 김진국 대기자는 칼럼의 끝자락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몰려 있다. 영도적 국가원수급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쯤은 할 수 없는 일로 남겨놓아야 한다.

수사하고, 재판하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김진국 대기자의 시국 인식의 핵심은 이미 “한국은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수준 그 이상에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재와 미래

한국 상황을 잘 담아낸 표현은 백광엽 논설위원이 7월 28일자 <한국경제>에 기고한 “한국 덮친 ’낮은 단계 전체주의‘라는 표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입법권력을 장악한 집권여당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상황을 주도하게 되었다.

 

민주화의 완성단계를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온 이 땅의 시민들이 ’권력의 독주‘를 바라보는 심경은 착잡함 그 자체다. 이런 상태를 어떻게 진단해야 하는지, 이런 상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짐작하기를 원한다면 백광엽 논설위원의 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약탈적 징세, 임대사업자 정책 뒤집기 등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목격되는 권력의 적나라한 운용은 전체주의까지는 몰라도 ‘낮은 단계의 전체주의’ 정도는 이미 작동 중이라는 심증을 준다."(백광엽 논설위원)

 

 ‘낮은 단계의 전체주의’ 아주 적합한 표현이다. 전체주의의 본질은 ”권력에 대한 견제가 부재하거나 부실한 상태에서 권력자가 마음대로 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임대료 상한을 정하는 ‘임대차 3법’은 100년 전 오스트리아 전체주의 정권이 빈에 채택했다가 대실패한 임대료 통제정책의 판박이다. 당시 집권 사회민주당은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다’며 임대료 통제를 밀어붙였지만 집주인의 관리 외면과 신축 감소를 불러 세입자 고통과 빈의 슬럼화를 촉발했다. 임대차 3법 예고 후 확산하는 전세·매매가 급등은 ‘한 도시를 완벽하게 파괴하는 방법은 폭격이 아니라 임대료 통제’라는 경구를 연상시킨다."(백광엽 논설위원)

 

이런 경고는 그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전체주의자들은 늘 ”우리는 다르다“ 혹은 ”그때와 다르다“, ”우리가 하면 정말 다르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임대료 규제는 어떤 모습을 갖든지 간에 임대대료 폭등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더욱 강경한 규제를 예상한 상태에서 임대 물량이 급속히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시장과의 전쟁“이며 ”감성적인 선동“이다.

 

전체주의로 가는 길

"전체주의는 명확한 정의가 없다. 하지만 대체로 1인에게 지배되는 정당, 경찰의 조직적 폭력, 대중매체 독점, 경제의 중앙통제 등의 특징을 갖는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뚜렷이 목격되는 대통령 독주, 편향적 공권력, 나팔수 같은 공영방송, 과도한 기업경영 개입 등은 분명 전체주의적 면모다. 군사정권 시절을 언급하며 ‘이렇게 비판해도 안 잡혀가는데 무슨 전체주의 타령이냐’는 저급한 공세가 판치는 현상도 ‘전체주의는 스스로 전체주의임을 모르기에 더 무섭다’는 속성과 일치한다. 무엇보다 홍위병을 닮아가는 ‘문빠’의 극성은 ‘믿으라, 충성하라, 투쟁하라’던 파시즘의 신조와 판박이다."(백광엽 논설위원)

 

전체주의는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의 유명무실화로 인하여 권력의 독주의 모습을 띤다. 전체주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집권자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정치 생활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겅쳐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통제의 모습을 갖는다. 전체주의는 국민의 이익이나 사회의 안녕 등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그들(그들 편)의 이익’을 추구한다.

 

"하이에크는 전체주의를 자유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체제로 봤다. 재산권 몰수 논란을 부른 유치원 3법, 북한 조직지도부 외에는 유례가 없는 공수처법, 역사 해석을 독식하겠다는 4·3 및 5·18 특별법 같은 반자유주의적 입법에서는 전체주의 코드가 차고 넘친다."(백광엽 논설위원)

 

이미 한국은 전체주의의 길로 들어섰다. 백광엽 위원의 정의처럼 ‘낮은 단계의 전체주의’ 상태에 있고, 국민들이 전체주의의 위험에 무감감하고, 일부 국민의 저항과 반발이 무력화되면 될수록 ‘전체주의’ 상태로 옮겨갈 것이다. 그들은 국민의 저항과 반발을 무력화 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독재’라는 단어가 대정부 질문이나 주장 등과 같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한국의 현재는 준전체주의 상태다“로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어렵게 획득한 권력이기 때문에 극심한 저항 없이는 어렵게 만든 전체주의 상태를 스스로 해체할 권력집단은 존재하지 않을 것을 본다.

 

공병호 (gongjeb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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