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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료 서비스의 공공재화, 이면에 담긴 음흉하고 위험한 계략 ... 국민들의 저의를 알아야.

의료서비스는 공공재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제가 최근 정부-의사 간의 갈등사태를 접하면서 현 정부의 저의와 의도를 더욱 뚜렷이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목도한 기독교 지식인으로서 더 이상 좌시하는 것은 하나님과 국민에게 직무유기를 범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일반 대중에게 좀 더 명확한 각성을 촉구하고자 첨부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L교수님이 보낸 '의료공공재화의 음흉한 계략'에 관한 기고입니다.

 

***

 

의료서비스의 공공재화, 공산화의 시작인가

 

최근 정부는 의사들을 공공재로 규정하며 공공의료인력을 공급하기 위하여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의료계와의 갈등을 일으켰다. 비록 양측이 타협안에 서명함으로서 갈등은 일시적으로 보류되었으나 여전히 그 불씨는 남아있다.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로 지칭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산주의의 언어혼란전술 중 하나이다. 언어혼란전술이란 공산주의자들이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하여 어떤 개념이 형성된 역사적 과정을 무시한 채 사용함으로서, 일반인들로 하여금 표현된 용어 자체에 현혹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는 서구사회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형성된 ‘개념’이지만, 공산주의자들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용어’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인민에 의한 독재’라는 의미로 민주주의 용어를 사용한다. 개인의 인권이 철저하게 유린된 북한의 국명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1.

경제학에서 공공재라는 개념은, ‘공공성’이라는 용어적 의미 – 개인의 생산행위가 갖는 공적 효과 – 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한 사회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모든 재화는 일정 수준의 공공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생산한 재화를 직접 소비하는 자급자족사회가 아닌 이상, 즉, 재화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이상, 개인의 생산행위는 타인에게 일정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재화의 소비가 갖는 공적 효과에 따라 공공재를 정의하면 이는 사회의 모든 재화가 공공재가 된다.

 

따라서 공공성의 용어적 의미에 근거하는 것은 재화의 생산수단을 결정하는 데에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결국 국가의 모든 경제활동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지극히 공산주의적인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이라는 공허한 명제에 근거하여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2.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공공재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아담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비유를 사용하여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사상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였으며, 공공재에 대한 개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정의된다. 다시 말해 ‘시장이 형성될 수 없어서 국가가 공급해야 하는 재화’로 이해된다. 즉, 국가는 가능한 한 모든 재화의 공급을 시장에 맡기고, 시장이 할 수 없는 여분의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노벨상 수상자인 새뮤얼슨(Samuelson)의 1954년 공공재 이론은 현재 미국은 물론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가진 거의 모든 나라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기본원리가 되었다. 그는 공공재를 다음의 두 성격을 가지는 재화로 정의하였다.

 

첫째는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이다. 이는 어떤 개인을 그 재화의 소비에서 제외시킬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국방서비스의 경우 특정 개인을 그 혜택에서 제외시킬 수 없으므로,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할 수 없고, 결국 시장이 형성될 수가 없다. 아무도 생산하려 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비경합성(non-rivalry)이다. 이는 한 개인의 소비가 다른 개인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빵이 하나 있을 때, 내가 먼저 먹어버리면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빵은 경합성이 있다. 따라서 이는 시장에서 생산되어야 한다.

 

반대로, 국방서비스의 경우, 내가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혜택을 그만큼 덜 받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 경우 역시 시장에 맡길 경우 필요량보다 적게 생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의료서비스는 이러한 의미에서 공공재가 아니다. 경합성이 있고 배재성이 있기 때문이다. 행정학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바스(Savas)의 1982년 저서에서도 의료서비스는 사적재(시장재)로 분류되고 있다.

 

4. 

그렇다면, 정부가 학계에 널리 인정되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공공재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의료서비스의 공영화를 정당화하는 것이 단순히 무지에 의한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의료정책 관련 법안들 중 일부는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라고 상정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발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재난 시 의사들을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동원할 수 있게 만든 법안이 그것이다. 공공재의 생산 및 공급을 관장하는 기관은 일정 부분 국가의 소유가 되며, 따라서 그 모든 자원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동원될 수 있다.

 

수해현장에 군 장병들이 동원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유는 국방서비스가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는 이상, 민간의 자원은 국가가 그 소유자의 의지에 반하여 동원할 수 없다. 국가재난현장에 군 장병들과 함께 동원되어 환자들을 치료하는 대학병원 의사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떠하겠는가?

 

굳이 ‘의사는 공공재’라는 선언을 하지 않고서도 의료시장에 대한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은 많다. 규제정책이 그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도 특정 재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가격 등을 규제함으로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의료수가를 통제함으로서 세계에서 유래없는 효율적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현재 의료계가 의료수가를 현실화함으로서 기피과의 지원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굳이 의료서비스를 매우 생소한 개념의 공공재로 재정의하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재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 인식을 바꿈으로서 향후 그들이 계획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련의 정책을 쉽게 추진하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공공재 개념의 재정의는 공산화를 위한 포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상의 모든 재화는 공공성을 갖기 때문에, 이 정부는 의사들의 저항을 진압한 후에, 코로나 같은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을 선동하여 우리나라의 주요 재화의 생산을 하나하나 장악하려 할 것이다.

 

대중의 사회인식을 개조하는 의식화의 과정은 공산화에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단 인식이 공산화되면 체제를 개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6. 

우리의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만을 위한 도구라고 보기 힘들다. 언어에는 사상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하지 않았던가? 현 정부의 언어에서 공산주의의 그림자를 본다. 십 여년 후 공산화된 대한민국을 예측하는 것은 나만의 과한 상상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