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일본 주재 한국대사 내정자가 '북방영토', '덴노'(天皇) 등 일본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창일 내정자는 전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요미우리,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의 취재에 응했다.
강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 시절이던 2011년 5월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를 방문했을 때 취재진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북방영토는 러시아 영토' 발언에 대해 " 러시아에 빼앗겨 점유(占有) 당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강 내정자가 "(방문한 것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 (러시아) 점유 상황을 시찰하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면서 일본 쪽에선 갈 수 없어 사할린 남부인 유즈노사할린스크를 통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북방영토는 러시아가 사할린주(州)에 편입해 실효 점유 중인 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 등 남쿠릴 4개 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부르는 말이다.
옛 소련은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한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에 전격 참전한 뒤 1945년 8월 15일의 일본 항복 선언 직전에 이들 섬을 점령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56년 일본과 합의한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4개 섬 가운데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넘겨주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 있다.
강 내정자는 또 지난해 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왕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을 한 뒤 자신이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 의장 발언은)'천황'(天皇·일본어 발음 '덴노')이 옛 위안부를 위문(慰問)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취지였다"고 말했던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내정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은) 문 의장 생각을 설명한 것일 뿐이었다"면서 "일본에서 천황의 존재, 역할에 대해 무지(無知)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전 의장은 작년 2월 8일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사죄하면 그 한마디로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 아닌가"라고 하면서 일왕 사죄 문제를 거론했다.
아키히토의 부친은 일본인들이 그의 연호를 따서 '쇼와 덴노(昭和 天皇)'로 부르는 히로히토(裕仁)다.
한반도 식민통치의 성숙기와 절정기가 그의 재위 기간(1926~1989)과 겹치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위안부 문제 같은 수많은 불행한 역사가 그의 재위 중에 벌어졌다.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는 문 전 의장의 표현이 나온 배경이었다.
하지만 고노 다로(河野太郞) 당시 외무상은 그런 역사적 배경을 외면한 채 "발언을 조심해 줬으면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도 국회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많은 국민이 놀라움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본 정부 차원에서 거센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
결국 문 전 의장은 4개월여 만인 작년 6월 방한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마음을 상한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강 내정자는 작년 10월 KBS 라디오에서 덴노에 대해 "한국에선 일왕이라고 하자"라고 말한 것에 대해선 "(주일) 대사로 부임하면 천황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현재 천황 호칭으로 한국에서는 격이 낮은 '일왕'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지만, 외교당국 차원에선 일본이 공식적으로 쓰는 천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교도통신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강 내정자가 새 주일대사로 부임하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생각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지일파'로 통하는 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새 주일대사로 내정한 뒤 일본 언론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강 내정자는 도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일본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고,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 매체는 강 내정자의 북방영토 방문 문제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강 내정자가 전날 일본 매체를 상대로 해명에 나선 것은 '주재국(일본 정부) 동의'를 받는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parksj@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