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본격적인 레임덕

원치 않더라도 그 시간은 오게 마련,
실정이 거듭되고 정확한 현실 인식 부재가 권력누수 가속도 붙여

“정신 똑 바로 차리지 않으면, 한방에 가는 것이 인생이고 사업이다." 하나 하나 쌓아온 사람들은 온 몸에 긴장감이 흐른다. 세상 살이가 정말 만만치 않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방에 훅 하고 간다”는 표현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어떻든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권력을 지키는 일도 그 어떤 일 못지 않게 힘들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언제 누가 권력을 채어 갈지 모른다.”  그것은 죽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사업이든 권력이든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쿨’하게 솔직하게 직시하는 일이다.

 

크고 작은 몰락의 시작은 ‘왜곡해서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있거나, 권력을 쥔 사람이라면, 현실을 왜곡해서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권력자의 심기에 맞추어서, 혹은 권력자의 바람에 맞추어서 가공된 정보나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사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로 인하여 극심한 수준으로 민심 이반을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재인 대통령이나 측근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비교적 문 정부에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해 왔던 김현동 경실련 본부장은 시간이 좀 지나긴 사례이긴 하지만 2019년 11월 19일, ‘2019년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 사례를 든다.

 

“대통령께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는 발언을 듣고, “참모들에게 집값 10~12% 올랐다는 터무니없는 보고를 받으면서도 판단을 하지 못하니, 밖에서라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문 정부와 대립하게된 계기에 대해 말한다. 경실련 김현동 본부장은 “문 정부는 집값이 급등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지난달 14일 국토부가 경실련에 보내온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관련 답변서’를 내밀었다.

 

답변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주택동향’(14%) 수치와 함께 ‘한국감정원 주택동향 중위값’(57%) 수치도 경실련에 보냈다. 그는 “국민이 체감하는 수치와 가까운 중위값을 두고 왜 ‘14%’ 값을 쓰는지도 설명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역대 정부에 비해서 유독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과오나 실책을 인정하는데 아주 아주 인색하다. 과오를 인정한 경우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왜곡된 부분이 많지 않는 가라는 의심을 갖도록 만들지만 훨씬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성향, 성격, 특성 그리고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레임덕의 징후들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일부 친문들을 제외하면 대통령에 대한 ‘공세적인 경멸’은 정도를 넘어섰다. 잦은 실책과 악화된 경제 상황에도 그 뿌리가 있지만, 상황에 맞게끔 당연히 해야 할 발언과 완전히 동떨어진 발언들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도와주는 것 없이, 왜 맨날 속을 뒤집어 놓는거야?”라는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커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와의 통화에서 솔직하게 바닥 민심과 대통령과의 거리를 지적한다. "지역구에선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를 막론하고 부동산 대책 실패 때문에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분노가 상당하다“ 그는 또 이런 이야기를 더한다.  "대통령이 청와대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민주당 일부 의원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발언에 대해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 진성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대를 말씀한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등 수도권이 지역구인 의원들도 청와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 "집값이 폭등해서 사지도 못하는데, 전세에 월세까지 오르면 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4대강 보(洑)의 홍수 예방 효과를 검증하라"고 공개 지시한 데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미래통합당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효과가 이번 폭우로 검증됐다"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대통령이 야당의 정략적 공격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은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보다 수해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 발언을 도대체 누가 쓴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부동산 민심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정도는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일

"내가 문제가 있다”거나 “우리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는데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문제를 일으킨 정책 라인에 대해 일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나는 우리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음을 뜻한다.

 

이미 대통령과 다수 국민들 사이에는 좁힐 수 없을 만큼의간격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레임덕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이미 시작되었다.

 

앞으로 강경책을 구사해서 자신의 방식대로 밀어붙이겠지만, 아마도 청와대에 있는 사람의 심적 상태는 주변이 칠혹같은 어둠으로 둘러싸인 외딴 곳에서 진지를 구축해서 경계 업무를 서는 그런 상황일 것으로 본다. 어디에서 적이 출몰할지 모르는 그런 상태 말이다. 이같은 고립무원 상태의 뿌리는 “옳지 못한 일을 너무 많이 해 왔다”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