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의 첫 만남이 어렵사리 성사되면서 그간 사실상 중단된 한일 간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다만 정상적인 외교 소통을 이제 겨우 복원했을 뿐,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두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먼저 한 뒤 일본 측이 준비해 놓은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20분간 대화했다. 공통 관심사인 북핵 문제는 물론 갈등 현안인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배상 판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두 장관 모두 일정이 빠듯해 긴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각자 입장을 설명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회담을 마친 뒤 위층으로 이동해서 인사하고 사진 찍고 자리를 잡은 뒤 통역까지 거쳐 대화를 하느라 실제 발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외교부 설명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모테기 외무상은 강제징
한국과 중미 지역 8개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22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한·중미통합체제(SICA) 외교차관회의에서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토대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23일 밝혔다. SICA는 중미 지역 통합과 발전을 목표로 1991년 발족된 지역기구로 벨리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등 8개국이 회원국이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오염 물질의 해양 배출이 초래하는 심각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태평양 지역에서의 해양 오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주도로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대응을 촉구한 최초의 고위급 다자회의 결과물로, 태평양이라는 공동의 바다를 공유하는 비(非)아시아권 국가들이 한목소리를 낸 데 의의가 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지난 13일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한국 정부 주도로 고위급 다자회의에서 관련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대응을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태평양 연안국 국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어민들이 바다로 나가 항의 집회를 여는 등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남 어민들은 19일 어선 150여 척을 바다에 띄워 여수 오동도와 돌산도를 돌며 일본 정부에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해상시위에 앞서 전남 어민들은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규탄대회를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설사 원전 오염수가 한국 해역에 직접 유입되지 않더라도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만으로도 우리 수산물은 궤멸적인 피해를 볼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수산인 생존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철회가 있을 때까지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경남 거제시 어민들도 이날 어선을 동원해 해상시위를 했다. 거제 어민들은 이날 일운면 구조라항에서 어선 50여 척에 나눠타고 구조라항 앞바다를 돌며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해상시위에 앞서 거제수협 구조라항 물양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했다. 백헌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며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나흘째 농성 중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을 향해 한 경찰 기동대장이 "윤미향씨 장학금 타서"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경찰과 대진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소속 모 기동단의 기동대장 A 경정은 전날 오후 경찰에 의해 차단된 농성장에 방한용품 등을 반입하려는 시민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농성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물품을) 갖다주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하세요"라며 반입을 제지하던 A 경정은 항의하는 농성자에게 "윤미향씨 장학금 타서"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경찰관들이 A 경정을 막아서면서 발언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대진연 측은 "농성 참가자들은 누군가의 돈을 받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일본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막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사실과 영상을 확인했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란에 경찰은 A 경정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는 한편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또 일본대사관 주변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장이 윤 의원
한국의 협조 요청에도 미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당분간 개입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정부가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집결해 일본을 압박하려고 하지만, 일본이 등 돌릴 수 없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동참 없이 일본을 움직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기후변화 대응 공조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7일 한국을 찾은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를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 초청해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정 장관은 방류 결정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측이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케리 특사는 바로 다음 날인 18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미국의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케리 특사는 한국이 요청한 정보를 받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일본 정부는 마시는 것이 안전성 증명과는 별개라는 뜻을 표명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15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된 후쿠시마 원전의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발언에 관해 "그런 문제에 관해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될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그렇다면 그 물을 마셔보고 다시 얘기하라"고 반응한 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홍콩 매체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도 아소 부총리의 발언과 같은 입장이냐는 물음에 "규제 기준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뜬소문에 의한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료수 수질 가이드라인의 7분의 1로 희석해 처분한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라고 아소 부총리의 발언 취지에 관해 해명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마셔도 안전하다는 것'이냐는 이어진 질문에는 "WHO가 정하는 수질 기준을 훨씬
일본 정부는 14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떠한 통지도 받은 바가 없기 때문에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반응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한국언론 보도와 관련한 일본 정부 입장을 묻는 말에 "그 보도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직답을 피했다. 가토 장관은 다만 "알프스 처리수(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과한 오염수) 처분에 대해선 지금까지 IAEA(국제원자력기구) 정보 제공과 도쿄 주재 외교단을 상대로 한 정중한 설명 등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높은 투명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날 결정한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법이나 국내외 규제와 룰을 확실하게 준수해 안전성을 확보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국제법이나 국제관행에 근거해 실제로 방류하기에 앞서 해양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이보시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 직후 가진 환담에서 "이 말씀을 안 드릴 수 없다"면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우려를 잘 알 테니, 본국에 잘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잠정 조치'란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일본이 방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의미한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해양법재판소는 분쟁 당사자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혹은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손상을 막기 위해 이런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비서관실이 오늘부터 구체적 검토를 시작할 것"이
미국 정부가 12일(현지시간)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나온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조해 방사능 감시, 복원, 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일본 정부가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처리수 관리와 관련해 여러 결정을 검토한 것을 안다"며 "특수하고 어려운 이 상황에서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쓰는 용어인 '처리수'(treated water)를 사용했다. ‘처리수’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세슘 134, 세슘 137, 스트론튬 90 등 각종 방사성 핵종 물질을 제거하여 정화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사용하는 용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노후원전은 폐쇄하고, 무리한 수명연장은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탈원전은 가야 할 길…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원전을 경제 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 야당이 탈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탈원전 정책 기조를 고수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가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지사는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의 진도 5이상 대규모 지진은 더이상 우리가 지진안전국이 아님을 보여줬고, 이로써 월성, 고리 등 인근 원전 지역의 안전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제기됐다"며 "지역 주민들 역시 지금껏 불안한 마음으로 원전 상황을 애태우며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겠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뒷전에 둘 순 없다"며 "우선순위가 바뀌면 언젠가 우리도 후쿠시마 같은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